언제는 6만전자라더니 이제는 9만전자?
진짜 웃긴일입니다.
요며칠 삼성전자 관련 짤들이 돌아다닙니다.
8만오천원에 기다리고있다가 구조대를 만난 모 유튜버는 구조대를 기다리다가
“그런데 마음이 바뀌었어요” 라고 했지요.
그리고 어제(9.25)까지 사람들은 이제는 9만전자라면서 로켓짤을 돌렸습니다.
(이 글은 9.25에 대부분을 작성해두었는데 글을 쓰는 현 시점인 9.26에 국내 주식시장은 폭락이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도 하락중입니다)
오늘 하락했지만 어제까지는 어화둥둥 어깨에 스크럼을짜고 가즈아 9만전자를 외치던 사람들, 그렇지만 이 사람들이 불과 몇달전까지는
“6만전자, 끝났다”
는 말로 서로를 달랬습니다.
같은 손으로, 같은 키보드로, 이렇게나 빠르게 상반된 확신을 적어내는 재주에 매번 감탄합니다. 말이 감탄이지 진짜 옆에서 보면 희극이 따로 없습니다.
군중의 기억은 짧고, 목소리는 큽니다.
진짜 기억이 짧아요.
얼마나 본인들이 기억이 짧은지 돌아보시라고
오늘의 환호, 어제의 비난, 그리고 예전에도 똑같이 반복된 장면을 한자리에 모아 드립니다.
제 톤은 시니컬하지만, 모욕하려는 건 아닙니다.
왜냐면 저 역시 저런이야기를 함께 했던 사람 중의 하나일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제는 더이상 그렇지 않습니다. 의도적으로라도 대중의 반대에 서려하며 삐딱하게 보려합니다.
왜냐면, 저런 얄팍한 대중의 변덕의 속도로 매매하면
계좌가 먼저 무너진다는 사실을, 스스로 겪었고 공유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환호: “9만전자” 기사와 커뮤니티 짤, 뉴스들
요즘 타임라인은 꽃밭이에요.
“초격차 복귀”, “AI 최대 수혜”, “연말 10만” 같은 단정형 제목이 잘 팔립니다.

여기서 한발 더나가 11만전자 10만전자 이야기를 하는 뉴스들이 속속 나오는 중입니다.

그런 뉴스가 정말 한두개가 아니지요.
- “10만전자 기대감 ↑ … 증권가 ‘삼성전자’ 목표주가 줄줄이 상향” | 다음 / 언론 종합 (2025-09-23)
- “증권가 ‘삼성전자, 여전히 저평가돼 있어’” | Newsway (2025-09-22)
- “‘8만전자’ 복귀에 들썩 … 목표주가 11만원까지 상향” | 문화일보 (2025-09)
- “[속보] 삼성전자, 프리마켓서 ‘9만전자’ 터치” | Nate 뉴스 (2025-09-23)
- “트럼프가 ‘콕’ 찍었다…’9만전자 간다’ KB증권 분석 보니” | 서울경제 (2025-09-23)
정중히 묻겠습니다. 이 낙관의 근거, 진짜 오늘 생긴 건가요?
아니면 가격 먼저 움직이고, 사람들이 뒤늦게 짤 만들고 기사 쓰는 건가요?
어제의 비난: “망한다” 기사와 체념의 목소리
불과 몇 달 전, 타임라인은 반대로 얼어붙어 있었죠.
“혹한기 장기화”, “재고 폭탄”, “조직문화 경직”
그리고 커뮤니티엔 “물렸다” 한숨이 가득했고요.
- “[인사이드 스토리] 삼성전자는 왜 나홀로 ‘혹한기’를 맞았나” | 비즈워치 (2024-10-15)
- “‘쌓이는 재고에 골머리’… 혹한기 맞은 반도체” | Nate 뉴스 (2022-10-14)
- “반도체 혹한기… 세계 3위 기업 감산하는데 1위 삼성은?” | 매일경제 (2022-11-17)
이때는 커뮤니티에서도 거의 삼성전자가 망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돌았습니다. 저 역시 술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경영진의 마인드가 구태의연하다 이미 삼성전자는 관료화되어서 회생이 불가능하다, 앞으로 SK하이닉스는 좋겠지만 삼성전자는 답이없다 등등..

이 무렵, 데이터는 다른 이야기를 조용히 하고 있었습니다.
DRAM 현물 낙폭 둔화, 환율 고점 신호, 외국인 매수 전환 등.
감정은 바닥을 헤매고 있었지만, 숫자는 이미 고개를 들고 있었던 거죠.
과거에도 똑같았다: 저점의 비관, 고점의 낙관
이 패턴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 2018 다운사이클: “D램 가격 급락…반도체 겨울” | 한국경제
- 2021 슈퍼사이클: “반도체 슈퍼사이클 본격화…삼성전자 사상 최대 실적” | 이데일리
- 2022 혹한기: “재고 50조…반도체 혹한” | 조선비즈
- 2025 AI 재점화: “HBM 수요 폭증…삼성전자 ‘초격차 복귀’ 기대” | 매일경제
이쯤 되면 결론은 분명합니다.
저점 근처에는 “감원/축소/위기”, 고점 근처에는 “사상최대/역대급/초격차”가 도배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감정 곡선은 그 언어의 온도에 맞춰 휘청입니다.
이런 냄비근성의 원인은 대체 무엇인가?
돈을 벌고싶은건지, 돈을 잃더라도 인터넷에서 떠돌면서 도파민을 채우고 재미를 느끼고 싶은건지
주식을 하는 목적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이왕 하는거 돈버는와중에 재미도 있으면 안되냐? 라는 반론을 하겠지만 그렇지않습니다. 과거 미국의 투자 구루들은 그런이야기를 했습니다.
돈버는것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감정적으로 재미있는 것은 돈버는것과 가깝지 않다 라구요
대체 사람들은 왜 이러는걸까요? 단순히 재미있으려고 이러는걸까요? 그런 의도가 있어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냥 자기들이 왜이러는지도 모르는 것처럼,
시장의 파도와 폭풍에 휩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식투자자- 개미 – 들이 왜이렇게 휩쓸리는 걸까요? 이건 이미 2009년에 나온 투자서, [도마뱀의 뇌]에도 나옵니다. 우리 인간은 감정적으로 우 하고 휩쓸리기 좋게 뇌 구조가 이미 몇만년 전 수렵시대부터 셋팅이 되어있는데
문명화된지 몇천년이 채 되지 않아 이성이 중요한 현대 사회에서 투자를 하기에 우리 사회는 변했지만 우리 뇌는 바뀌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투자자들이 저렇게 일희일비하는 원인은 이런게 있겠지요.
- 최신성 편향: 가장 최근 기사를 ‘진짜 현실’로 과대평가
- 가용성 편향: 크게 들리고 자주 보이는 밈을 사실로 오인
- 확증 편향: 내 포지션과 맞는 기사만 스크랩, 반대 근거는 삭제
- FOMO: “나만 못 탈까 봐” 논리를 건너뜀
어제 “조직문화로 회복 불가”를 외치던 분이 오늘 “AI 초격차 복귀 확정”을 말한다면, 둘 중 하나는 과했고 어쩌면 둘 다 과한 겁니다.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냐구요? 재드래곤이요? 아뇨. 당신이요. 삼성전자 주식 들고있는 당신이요.
불과 몇달 전 (작년도 아니고 심지어 진짜 몇달 전. 2025년 6월입니다) 삼성전자는 조직문화가 맛이가서 회생이 불가능하고 잘 하던 HBM사업팀을 SK하이닉스로 쫓아내서 하이닉스가 꿀을빨때 먹을 것 없이 곤란에 처해있다고 손가락질하던게 바로 삼전 주주들과 비평가들이었는데,
딱 세네달 지났더니만 이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왔다고 9만전자를 넘어 11만전자도 바라볼 수 있다고 초격차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이게 말이 되는 행태인가요?
제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그냥 손가락질하고 비웃으려는건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저런 변덕의 속도와 규모로
내 소중한돈을 넣고빼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건 위험하다는 점을,
최대한 자극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증거가 말해 준다: 오늘의 환호도, 내일이면 또 바뀐다
그럼 이번 지금의 9만전자는 영원할까요? 그럴리가요.
삼성전자 지난 몇년의 가격 데이터를 보시지요.

누가봐도 왔다갔다합니다. 5년 데이터를 보면 완전한 박스권인 것 같지만 저렇게 출렁출렁한다는건 엄청난 돈을 벌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고
누구나 다 알듯이 삼성전자는 저런 출렁임을 겪는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우상향했습니다.
보면, 2022년 가을, 인터넷이 “4만전자”로 들끓을 때 DRAM 현물 낙폭이 둔화하고 환율이 꺾이는 조짐, 외국인 순매수 전환이 저점이었고
반대로 2021년 여름 “사상 최대” 헤드라인이 넘치던 때에는 분할매도로 열기를 식혔어야 했습니다.
상투와 바닥을 맞춘 적은 없지만, 군중의 언어가 제일 시끄러울 때 계좌가 가장 조용해야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마지막 부탁: 오늘의 환호 옆에 어제의 비난을 붙여 두십시오
오늘의 “9만전자 확정” 기사·짤 옆에, 지난달 “6만전자 끝났다” 글을 나란히 두세요.
낙관과 비관이 동시에 보일 때, 더 시끄러운 쪽 대신 더 불편한 근거부터 읽어 주세요.
내일 또 온도가 바뀌면, 키보드보다 차트를 먼저 보세요.
정중히 말하겠습니다. 시장은 언제나 우리의 감정보다 한 발 빨랐습니다.
오늘의 환호를 기록해 두는 건 내일의 또 다른 단정과 비교하려는 겁니다.
두 장면을 나란히 보면, “얄팍함”은 남의 흠이 아니라 내 손끝의 습관일지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9월 26일 현재, 어제까지 환호하던 코스피는 지수 자체가 3%의 하락을 보이고 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또 화들짝 놀라서 아 역시 9만전자같은소리 할게 아니다. 도망갔어야한다. 아이고 어제 팔았어야했는데 라고 할건가요?
투자는 진득한 사람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공부는 엉덩이로한다는 말처럼, 투자도 엉덩이로 하는 것입니다.

답글 남기기